[김은아의 도시스카프] 소비 위한 도시인가, 삶 위한 도시인가
[김은아의 도시스카프] 소비 위한 도시인가, 삶 위한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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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는 있지만 살고있지 않은 곳 인간보다 지갑이 우선이 된 세상 앉을 곳은 많지만 앉고싶지 않다 시민들의 질문이 터전을 바꾼다
23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 산책로를 걸으니 공기가 다르다. 같은 공간인데 위 공기와 아래 공기가 확연히 차이난다. 매연과 소음, 각종 상점이 가득한 시가지. 같은 길인데 사람이 다니는 그 길은 걷고 싶지가 않다. 각종 새와 다람쥐들이 사는 이곳은 걸을만하고 걷고 싶은데, 왜 그런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아래 거리는 '머무는 곳'이 아닌 '소비'를 기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벤치는 있지만 앉을 만하지도, 쉴 만하지도 않다. 특히 요즘처럼 더위가 일찍 찾아온 계절엔 더하다. 그늘로 들어가 잠시 쉴 수 있는 곳은 앞 상점에서 차려놓은 파라솔 아래나 노후소득
실내 카페뿐이다.
영국 사회학자 스티븐 마일즈 등 여러 연구자는 도시 공간이 소비를 전제로 설계되고, 시민이 점차 소비자로만 다뤄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도시가 브랜드가 되고, 공공 공간이 마케팅 채널이 되면서, 도시 정책조차 '문화'라는 이름으로 소비 실적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모든 인증대출
것이 숫자로 설명된다. 성과지표 설정도, 성과평가도 수치로 한다. 방문객이나 관광객 수, 매출액, 유입 인구, 소셜미디어 유입자 수. 지자체마다 더 크고 매력적인 숫자를 구매하기 위해 예산을 집행한다. 수치가 더 좋은 삶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더 큰 예산은 유치할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 '삶을 돌려드리겠다'라는 메시지햇살론신규사업자대출
는 가득하지만, 근본적인 프레임에 대한 성찰 없이는 어려운 문제다. 지원금을 줘도 한 끼 식사면 없어지고, 공원을 늘려도 쓸 만하지 않다. 벤치는 후미진 곳에 있고, 운동기구들은 엉뚱한 곳에 설치되어 있다.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낮지만, 행정의 성과는 상당하다.
각종 미술관, 박물관, 공원, 축제장도 마찬가지다. 다음 연도 예산 배정대기업취업정보
을 위해 방문객 수로 성과지표를 설정한다. 공매도가 주식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체 입장권을 대량 판매하고 성과로 삼는 이른바 '성과 공매도'가 가능하다. 명절 기간 무료입장, 무인 계수 시스템을 이용해서 매우 혹할 만한 성과도 가공할 수 있다.
지자체 축제장에서는 방문자 수를 성과로 내기 위해 스타 기업을 유치한다. 사람들은 축제품사
가 아닌 그 기업의 푸드코트에 가기 위해 줄을 선다. 공허한 축제는 수백만 관광객이 다녀간 성공적인 축제로 기록된다.
민간시설 역시 수치를 중시하지만, 더 좋은 품질의 콘텐츠에 집중한다. 더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가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나 기관 운영 시설은 할인을 하고 온갖 이벤트를 해도 모객에 한계가 있으니, 예산을 들여 수치를 사연식
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운영되는 도시에서 시민이 느끼는 경험과는 태생적인 격차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동네 상권에서 단골이 되고, 골목에서 이웃과 마주치며, 공원에서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모든 공간에서 '소비자'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동네에 애착을 갖기보다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고,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하기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상환
보다는 '경험'을 구매한다.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도시 자체가 소비 중심의 이용을 전제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 좋은'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 사이의 간극이다. 도시의 운용과 디자인이 '이용자의 경험'보다 '관리자의 성과'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상당한 도시 공간은 '주식투자자금대출
삶'보다는 SNS 형 '소비형 피드'(feed)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의 삶이 한 번의 스크롤로 교환되는 것이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상업시설을 최소화하고 '머무를 수 있는 구조'에 집중했다. 입장료도 없고, 특별한 이용 목적이 없어도 얼마든지 오래 있을 수 있다. 이곳의 성과지표는 '방문자 수'가 아니라 '평균 체류 시간'과 한국생산성본부
'재방문율'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훨씬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낳았다.
우리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다. 청계천 초기의 모습, 여의도 한강공원이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곳에는 '소비하지 않아도 머물게 하는 여백'이 있었다. 최근에는 상업시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여여수신금리
백이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진짜 걷기 좋은 도시는 예쁜 조경과 세련된 디자인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잠시 멈춰 서도 어색하지 않아야 하고, 그 멈춤에 대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아도 머물고 싶고, 자주 가고 싶은 거리, 가진 것이 없어도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광장. 그런 곳이 도시의 진정한 품격을 만든다.
공공 부문이 민간과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간은 매출과 효율을 추구하지만, 공공은 사람이 사람답게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예산으로 가공할 수 없는 '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실제로 공공 공간의 질이 높은 도시일수록 시민들의 행복도가 높고, 지역경제도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는 다수 발표되었다(OECD, UN-Habitat 등). 그 성과는 화려한 사진보다 소소한 감성에, 가시적 수치보다 지속적인 재방문에, 단기 매출보다 오래 남는 기억에 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도시는, 나를 환영하는가? 아니면 내 지갑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지금, 이 도시에서 '시민'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소비자'로 취급받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우리가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도시는 소비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살기 위한 공간'으로 변화될 것이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 한 명 한 명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도시를 요구할 때,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