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아의 도시스카프] 이쑤시개를 왜 소나무 등에 꽂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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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의 도시스카프] 이쑤시개를 왜 소나무 등에 꽂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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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쓰레기, 스스로에게 준 면죄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우리의 민낯 청결 도시를 만드는 결정적인 차이들 깨끗한 거리는 법 아닌 양심이 만들어 신호를 기다리는데 '훅'하고 웃픈 장면이 들어온다. 소나무 등, 즉 껍질에 이쑤시개가 '콕'하고 박혀있다. 분명 누군가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와 구석구석 이를 들락거리다 초록 불이 켜지자, 바닥에 버리자니 보는 눈이 많고, 주머니에 넣자니 지저분하고, 그래서 죄 없는 소나무 껍질에 '쏙' 꽂아놓고 사라진 것 같다. 소나무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지만, 어쩌면 장르만 다를 뿐 도시살이가 언제는 녹녹했겠는가. 소나무 등짝에 꽂힌 이쑤시개는 '모럴 라이센싱'(Moral Licensing)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럴 라이센싱은 한 중고스마트폰 개통
영역에서 도덕적 행동을 했다고 느끼면, 다른 영역에서는 비난받을 행동을 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심리이다. '적어도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는 않았으니, 나무에 슬쩍 꽂아놓는 것은 괜찮아'라는 생각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모럴 라이센싱의 사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담배꽂이로 변해버린 화분들, 벤치 사이에 구겨 넣은 과자 봉지52주 적금
, 틈새에 꼭꼭 밀어 넣은 담배꽁초들. 이 모든 것은 타인의 시선은 피하면서도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욕구를 충족시킨 결과물이다. 어차피 누군가는 치울 테니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한 사람이 나무에 이쑤시개를 꽂으면, 다른 사람들도 모방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증명'(Social P개인회생후
roof)이라고 부른다. 이미 이쑤시개가 꽂힌 나무를 보면 '기가 막히네,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고 감탄하며 따라하기도 한다. 실제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도시 청결도 조사'에 따르면, 무단 투기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42.7%)였고, 가장 흔한 거리 쓰레기는 담배꽁초(45.2%), 음식물 쓰레기였으며(23.6%), 이쑤시개 농협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등도 포함되었다. 시간에 쫓겨서 또는 쓰레기통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쓰레기통 주변에도 쓰레기는 여전히 많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를 감시하는 불법 투기 CCTV까지 설치되어 있겠는가. 뉴욕 지하철 낙서 증가 실험 등을 토대로 정립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작은 무질서가 더 큰 무질서를 낳는다는 도시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제2금융권전세대출금리
도 잘 알려져 있다. 고기나 생선 요리가 많은 한식의 특성상 이쑤시개 사용도 빈번하지만, 비단 음식 특성이나 인프라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도 없다. 1980년대에는 이쑤시개를 끊어버리지 않고 남은 음식물에 그대로 버려 음식 찌꺼기를 먹는 돼지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식탁 위에 이쑤시개를 못 놓도록 규제를 만들고, 업주들의 반발로 이쑤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연장
시개가 계산대로 슬쩍 옮겨가는 지난한 과정도 있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아마도 어쩌면 이쑤시개는 영원할 것 같다. 이러한 모럴 라이센싱이 덜 나타나는 도시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세계 각국의 도시 청결도를 비교해보면, 단순히 개인의 시민의식만이 아닌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우리은행 본사
TI)의 '2022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31위, 63점이었고, 덴마크는 90점, 핀란드와 뉴질랜드는 87점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2022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정부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4.5점으로 OECD 평균(5.7점)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라는 항목에 동금융지원
의한다는 응답자는 27.3%에 그쳤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리더십과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도시의 환경을 위생적으로 관리한다. 2022년 CPI 지수에서 싱가포르는 83점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으며, 무단 투기에 최대 2,000싱가포르달러(약 1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르완다의 수도 키영란은행
갈리도 흥미롭다. 아프리카 국가 중 부패지수가 낮은 편인 르완다(CPI 51점)는 '우무간다'라 불리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 지역사회 '청소의 날'을 지정하여 모든 도시가 대청소를 한다. 공직자들부터 일반 시민까지 모두 참여하는 이 의무적 활동은 도시를 획기적으로 깨끗하게 만들었다. 나무에 꽂힌 이쑤시개 하나는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재판관
쩌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아닐까? 입에서 사르르 녹는 이쑤시개를 만들거나 개별포장 등의 방안도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 전반의 신뢰 회복에 있다. 2021년 한국사회학회가 실시한 정치 신뢰와 규범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7.8%가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이 시민들의 규범 준수 의지를 약화시킨다'라고 답한 바 있다. 배불리 밥을 먹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이를 쑤시던 사람마저도, 이쑤시개를 바닥에 버리거나 몰래 나무 등짝에 꽂는 행위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동선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깨끗한 거리, 쾌적한 환경,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가 더 나은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치울 거니까' 더 나아가서 '이런 쓰레기를 버려줘야 일자리가 창출되니까',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만연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신뢰'라는 것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발등에 꽂힌 도끼는 아니지만,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뿐인 파리한 소나무 등짝에 꽂힌 이쑤시개를 보자니 애잔하기도 하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도시를, 종국에는 우리의 삶을 만든다. 건축물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고, 도시를 보면 사회의 수준을 볼 수 있다. 이쑤시개 하나, 담배꽁초 하나를 어디에 두느냐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의 작은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쓰레기에 책임을 지는 작은 양심이 모여, 결국 도시 전체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쑤시개는 치아에 좋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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